모바일, 휴대폰은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생활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순히 전화 수발신, 인터넷 검색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유선과는 달리 낙후돼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아이폰 도입 논의를 시발점으로 최근 KT가 유무선 통합서비스인 홈FMC 서비스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고, LG통신 3사도 합병을 통해 FMC 등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에 나설 예정입니다.  12일 소공동 롯데호텔서 열린 한·중·일 모바일 인터넷 국제 컨퍼런스에서 일본의 MCF 해외비즈니스 분과회 코지 이토 회장의 발표는 우리에게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날 코지 이토회장은 본인의 기상 부터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모바일과의 동행 얘기입니다. 딱히 새롭거나 특별한 서비스들은 아닙니다. 알람부터, 금융결제, 쇼핑, 인터넷 서핑, GPS, 메일 수발신 등. 우리 이통사들도 서비스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코지 이토 회장의 일상은 말 그대로 일상입니다. 많은 일본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무선인터넷을 즐기고, 휴대폰으로 쇼핑을 하고 메일을 보낸다는 거지요.  우리는 좀 다르죠. 무선인터넷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살인적인 요금제 때문에 여태껏 가입자의 10% 남짓만이 정액제에 가입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했습니다. 그것도 무제한 정액 요금제 가입자는 매우 미미하죠. 그러나 일본은 전체 가입자 1억2천만명 중, 3G 가입자가 1억800만명에 이르고 60% 이상이 정액요금제에 가입해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이미 1999년 모바일 포럼을 출범시키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사업자와 정부의 강력한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의지덕에 지금은 일본사회에서 모바일이라는 단어는 떼어낼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우수벤처는 대부분 모바일 업체였습니다. 씨넷 네트워크 재팬이 주최한 '테크 벤처 2008'에 선정된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모바일과 관련된 기업입니다. 이토 회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e커머스 시장은 연간 1조엔 규모이고 콘텐츠 시장은 6천억엔에 이르다고 합니다. 모바일 광고시장도 1천억엔이나 된다고 합니다. 일본은 모바일 광고시장이 라디오 광고시장보다 크다고 합니다. 지금 일본은 단순히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 메일, 쇼핑하는 것을 떠나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부가서비스 창출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자기 정보를 입력하면 모바일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면되는지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첫걸음을 떼어놓았는데 일본은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토 회장은 "일본은 10년 동안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어떻게 시장가치를 잘 만들 수 있는지를 안다"며 일본이 중심에서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 중국이나 아직 일본을 따라오려면 멀었으니 잘나가는 우리가 너희를 도와주겠다는 거지요. 앞서 있는 자의 자신감이 잘 드러났습니다.   코지 이토 회장은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산업이 다른 어느나라보다 발전한 요인에 대해 '정액 요금제'를 꼽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유선인터넷이 발전한 과정과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국내 이통사들은 우리나라가 유선인프라가 너무 발전해 있으니 수요를 봐가면서 요금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요금을 내려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으면 요금을 내리겠다는 식인 거지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문화도 다르고 전체적인 통신인프라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들은 3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통시장의 성장 돌파구는 무선 데이터라고 오래전부터 외쳐왔지만 정작 실천에는 옮기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이통사들이 과거에 비해 저렴한 무선데이터 요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비록 등 떠밀려 막차를 탄 모양새지만 유선인터넷에서의 훌륭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나선다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한가지 관건은 일본처럼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측면에서 정책이 집행돼야 합니다. 코지 회장은 정말 오랜기간 치열하게 경쟁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그 편익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기존의 밥그릇만 챙기려다가는 더 큰 밥그릇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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