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 통합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습니다. 일단 정부(방송통신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강제통합이 될지, 특정 시점에서 일괄적으로 통합을 할지, 아니면 시장 자율에 맡겨 완만하게 추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정부정책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SK텔레콤은 점진적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고 KT와 LG텔레콤은 조속히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상충된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용자들 중 01X 가입자들은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01X 가입자의 93%가 지금 사용하는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반면, 010으로 바꾼 가입자들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통합을 하던 안하던 모든 사업자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번호통합 정책이 왜 등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단순히 미래예측을 잘못 한 것인지 정책실패인지는 현시점에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가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동통신 식별번호 어떻게 결정됐나국내 통신서비스의 번호체계 원칙은 서비스별 식별번호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가 식별번호체계로 서비스를 구분하는 방식이며 번호로 사업자를 구분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유선전화처럼 KT,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처럼 사업자를 번호로 구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동통신은 번호로 사업자를 구별을 합니다. 011은 SK텔레콤, 016 KTF, 019 LG텔레콤 등으로 말이죠. 원래 이동전화용 식별번호는 011이었습니다. 94년까지는 이동전화용 식별번호는 011 하나였으며 사업자도 한국이동통신(KMT, 현재 SK텔레콤)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입자 번호는 011-NYY-YYYY(N : 2-9, Y: 0-9)이런 형태로 구성되는데 계산하면 011 번호로는 800만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래서 정부는 제2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017이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하게 됩니다. 한국이동통신이 국번호 첫자리의 2~8의 국번호를 지역별로 구분해 사용했기 때문에 신규사업자용 블록을 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이용자번호를 8자리(국번호 4자리)로 확장해 복수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안도 검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동통신은 당시 이동전화 단말기의 메모리칩이 3자리 식별번호와 가입자 번호 7자리 모두 10자리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단말기 교체비용이 막대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94년에 2010년과 같은 통신환경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식별번호 부여가 사업자 선정 이후에 이뤄짐에 따라 신규 선정된 사업자와 충돌이 불가피했고 사업자 주장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현실입니다.  ◆010 전신 018…또 한번 통합 기회를 놓치다1997년 PCS 사업자의 등장으로 이동통신 번호 정책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정부는 제2 이통사업자에 017 식별번호를 부여하게 됐던 경험을 비추어 사업자 선정 이전에 PCS 식별번호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96년 번호체계개선전담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전담반 의견과 공청회 주장은 PCS 3개 사업자에 대해 공통의 식별번호(018)를 부여하고 가입자번호는 8자리(NYYY-YYYY)로 부여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제안됐습니다. 사업자별로는 국번호를 달리 쓰는 방안이 제시됐으며 이 경우 각 사업자는 1000만명의 가입자 수용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011과 신세기통신의 017도 향후 018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만약 당시 이 방안이 통과됐다면 당시로서도 사회적 비용을 치루었겠지만 번호자원의 안정적 조기확보와 함께 브랜드 고착화, 공정경쟁문제 해소 등 010 번호부여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대부분의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PCS 사업자들은 이동전화와 PCS가 주파수만 달리하는 동일한 서비스인데 기존 이동전화(011, 017)보다 1자리가 많은 식별번호를 배정하는 것은 공정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발했습니다. 또한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 역시 011, 017을 018로 흡수한다는 방침에 대해 과거와 마찬가지 이유, 즉 단말기의 메모리 칩이 10자리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11자리 018로 바꿀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반대했습니다. 당시 KISDI에서 이동통신 번호정책에 관여했던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에는 이동전화와 PCS를 018로 통합하는 것이 공정경쟁 확보, 이용자 편익증진, 번호자원 확보 등의 근거로 가장 타당한 대안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무르익은 010시대…20% 불씨 어떻게 해소할까정부는 또 한번 과거의 교훈을 되새김질하며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IMT-2000에서는 공통식별번호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010이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합니다.  010의 등장으로 비로소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번호이동성의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원래 번호이동성제도는 90년대 중반에 검토됐지만 5개의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판단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정책입니다. 또한 정부는 3G 식별번호인 010의 등장으로 인해 향후 이용자들이 3G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연스럽게 2G와 3G를 포괄하는 이동통신서비스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근거로 정통부는 최초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의 대상을 3G로 한정했습니다. 010 식별번호는 4자리수(010-NYYY-YYYY)이기 때문에 총 8천만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 인구수를 초과하기 때문에 모든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셈이죠.  010의 안착은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됐습니다. 무엇보다 2위 사업자인 KT(당시 KTF)는 SK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011브랜드를 희석시키고 010으로 빠르게 전환시켜 저대역 주파수(800MHz) 이점을 감소시키는 절실했습니다. 때문에 KTF는 2008년 2분기에는 창사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할 만큼 3G 전환에 공을 들였습니다. 당시 기억에 한 KTF 관계자는 “우리에게 실탄이 더 있었다면 더 갔을 것”이라고도 말한 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KTF의 공세에 SK텔레콤 역시 3G 가입자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LG텔레콤의 리비전A에도 010 번호가 부여되면서 올해 2월을 기준으로 010 가입자는 80%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01X 가입자 20%를 남겨놓고 여전히 문제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몇 안남은 01X 가입자 때문에 2G망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010 전환을 서두른 KT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가 번호통합을 단행하기를 희망하고 있죠.  비록 011 브랜드가 과거에 비해서는 희석됐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가입자들이 011이라는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SK텔레콤에 남아있는 것도 후발사업자 입장에서는 편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 16일 열렸던 ‘010 번호통합 정책토론회’에서도 정책 효과 달성과 관련해서는 SK텔레콤과 KT와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반면 여전이 2G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 입장은 다릅니다. 여전히 011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타 사업자들의 유혹에도 자발적으로 남아있는 우량 고객들이기 때문이죠. 이들 가입자들이 ‘스피드 011’가치를 상실하는 순간 어느 이통사로 옮길지 모르기 때문에 SK텔레콤 입장에서 번호통합은 가능한 4G 활성화 시점까지 늦추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현재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1300만명에 달합니다. LG텔레콤 전체 가입자보다 훨씬 많습니다. 충분히 망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숫자입니다.  방통위는 일단 정책적 측면에서 010으로 통합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관건이겠죠. ◆일괄 통합 이냐 순차 통합이냐이처럼 010 번호 가입자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80%를 넘어서면서 번호통합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KT와 LG텔레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011브랜드 지배력을 해소하고 네트워크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 010 통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역시 2G 가입자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동통신 기술이 3G를 넘어 4G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술방식이 다른 3개의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G가 상용화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때문에 1천만 이상 가입자를 일괄적으로 010으로 변경하는 것은 SK텔레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순차적인 번호통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점은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010 번호통합 정책토론회’에서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01X) 가입자가 50만명 이하일 경우에는 정부와 논의를 통해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마지노선을 제시합니다. 이 정도 되면 일괄통합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남은 것은 방통위의 결정입니다. 방통위도 정책폐지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80%가 넘으면 무조건 강제통합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게 방통위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주장처럼 가입자 50만명 등 대부분이 010으로 전환한 이후 일괄 통합을 할 것인지, KT나 LG텔레콤의 주장대로 조속한 시일내 일괄통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010 통합방안 시나리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2G망 운영비효율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시장자율에 의한 자발적 번호전환이 중단되는 시점에 통합하는 것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2G망 운영비효율이 먼저 발생할 경우에는 사업자쪽에서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자율로 완전통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발생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발적 010전환 중단이 먼저 발생할 경우에는 번호통합과 사업자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시장자율에 의한 번호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ISDI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010 가입자는 90%를 돌파하고 2014년 3분기에 95%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또한 2014년이면 사업자들이 4G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4G 초기 투자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4G 서비스 출시가 2G 중단과 맞물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방통위는 현재 세부계획을 마련 중에 있으며 폭넓은 검토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업자는 모르겠지만 강제적이던 일괄적이던 간에 통합정책은 01X 가입자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당근을 제시해야 되겠조. 미리 010 번호로 전환한 가입자들에게는 역차별이기 때문에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일전에 방통위 고위 공무원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군요. 과연 방통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방통위 정책은 6월경에 나온다고 합니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