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데이터가 안되는 스마트폰이 인기입니다. 데이터, 인터넷을 원하지 않는 고객(학생, 노인층, 디지털디톡스족 등)들을 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데요. 그동안 관망만 하던 이동통신사들도 일제히 시장에 뛰어들고 제조사들도 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니치마켓을 발굴한 알뜰폰은 앞으로 생존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수험생을 위한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며 데이터가 안되는 '갤럭시 J2 Pro'를 출시했습니다. 갤럭시J 시리즈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인데요. '갤럭시 J2 Pro'는 '갤럭시J2'에서 데이터 기능만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제품명에 '프로(Pro)'가 붙었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 기능이 빠진 셈입니다. 

삼성전자가 데이터가 안되는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수요처는 수험생, 공시생 등 시험을 앞둔 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입니다. 


이 시장은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가 열었습니다. SK텔링크는 지난해 6월 '공부의 신'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이 스마트폰은 중국 ZTE 제품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은근 뜨거웠습니다. '공신폰', '공시족폰', '엄마가 알면 안되는 폰' 등 출시된지 몇 개월 안돼 다양한 별명까지 얻었죠. 핵심 기능은 제외했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쏠쏠했습니다. 요금은 음성 100분에 문자 1000건을 제공하고 2만900원이니까 알뜰폰 요금제 치고는 수익성이 괜찮습니다. 

인기를 얻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SK텔링크와 협업해 ‘공부의 신 by SAMSUNG Galaxy Wide2’를 출시했고 올해 초에는 LG전자가 ‘공부의 신 by LG’를 출시하며 '공부의 신'인기를 끌어갔습니다. 최근에는 월 평균 가입자가 3000명을 넘을 정도로 SK텔링크 입장에서는 효자상품입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스마트폰이라는 역발상으로 오랜만에 알뜰폰에서 히트상품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기를 얻자 CJ헬로가 '열공폰'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삼성전자는 아예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에 '갤럭시 J2 Pro'를 공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참전을 곱게만 바라보기는 힘듭니다. '공신폰'과 같은 데이터 없는 스마트폰은 수험생 등 데이터가 필요 없는 일부 수요층을 겨냥한 것입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간과했던 그야말로 니치마켓인 것입니다. 조그만 알뜰폰이 시장을 개척하자 대형 이통사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셈입니다. 시장을 키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시장 크기의 한계가 명확해 보입니다.  

그동안 선불폰, 유심요금제,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암묵적으로 알뜰폰의 영역으로 인식됐고 이통사들도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명확히 구분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금인하 정책, 특히 최근 보편요금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암묵적인 경계선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추진으로 이통사들의 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통사와 알뜰폰간의 요금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들도 더 이상 체면차리거나 사정을 봐주기 힘들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채수웅 기자 블로그=방송통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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