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지만 인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들은 전쟁을 통해 한단계씩 발전돼왔습니다. IT도 마찬가지입니다. IBM이 개발한 카드 펀칭기술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였습니다. 나치는 이 기술을 이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홀로코스트(인종학살)를 자행했습니다. '전쟁과 IT', 어떤 측면에서보면 음산한 조합입니다. 실제로 전투장비에 최첨단 IT기술이 접목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도 기술적 연원을 따라가다보면 군사위성으로 부터 제공받은 지리정보시스템(GIS)에서 출발합니다.지난 1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군 첨단 전자, 장비시스템 전시회'(IDIF 2010)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일(목)부터 개막돼 11일까지 3일간 열렸습니다. 행사 마지막날이라 참관객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행사장의 열기는 여전했습니다. 행사장을 찾기에 앞서 "군 장비에 얼마나 많은 IT기술이 적용됐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습니다. 행사장을 둘러본 결과,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무기 체계가 전시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IT 기술과 무기체계를 융합시킨 '국방 IT분야'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IT융합 분야입니다. 국내 방산업계는 국방 IT분야의 국제시장 규모는 3000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9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IDIF 행사에서의 특징을 꼽으라면 무인시스템에 의한 무인정찰기, 헬기, 전투 로봇 등 인력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띠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전자전 장비와 시뮬레이터, 무선 영상전송시스템, 광센서, 계측시스템 기술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게임을 이용한 전투훈련시스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풍산, 한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도담시스템 등의 부스가 차려졌습니다. 외국 방산업체들은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먼저, LIG넥스원은 지휘통제통신, 감시정찰, 무인화 및 M&S장비 등을 전시했습니다. 특히 올해 LIG넥스원은 차세대 군통신무전기(TMMR, 차기소부대무전기) 시연에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인 TMMR은 LIG넥스원이 네트워크 중심전(NCW) 체제를 겨냥해 지난 2007년 말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기존 음성 송수신이 가능했던 것에서 음성과 고속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 동시통화까지 지원하는 첨단 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해 지난해 말 개발에 완료했습니다. 회사측은 TMMR이 미국의 통합전술무선시스템(JTRS)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LIG넥스원은 감시정찰, TR-모듈, AESA 레이다, 공군 저고도 레이다, 차기 국지방공 레이다, 무인기 SAR, 근거리 지형감시 기술, 항공전자/전자전을 위한 Glass Cockpit 등 다양한 방산제품들을 선보였는데 하나같이 최첨단 계측기술이 적용됐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참관객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끈것은 도담시스템스(http://www.dodaam.com)가  제시한 전투 경비시스템입니다. 무인센서 등 최첨단 무인시스템에 의해 자동소총, 중화기 등이 24시간 자동으로 운영됩니다.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에 이미 수출돼 현지 공항경비시스템에 채택됐다고 합니다.그리고 도담시스템스가 전시한 UH-60 헬기 시뮬레이터도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시뮬레이터는 헬기 조종사들이 국내의 주요 지형지물을 설정해 놓은 화면위에서 각종 기동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1세트당 250억원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고 합니다. 현재 링스 헬기를 대체할 수리온의 시뮬레이터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시뮬레이터도 종류에 따라 레벨이 각각 다르고, 그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투 훈련을 마치 게임처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3D 전투훈련시스템도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네비웍스(www.naviworks.com)가 마련한 부스에는 영락없이 PC방에서 시뮬레이션 슈팅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하나는 일반 보병의 시가전 시뮬레이션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전차전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이날 네비웍스의 부스에서 시연된 VBS2(가상훈련키트)는 3D기반의 전투훈련용 키트입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실제 훈련용으로 채택됐습니다. VBS2(Virtual Battle Space 2)는 이미 게임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헤미아 인터렉티브사'가 개발한 것으로, 국내 업체인 네비웍스는 VBS2 소프트웨어의 국내 총판과 함께 국내 지형에 맞는 전투 훈련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VBS2가 비록 게임에서 출발했지만 화면속 지형지물들이 실제 상황과 같도록 함으로써 전술훈련의 성과를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훈련한 전투원들은 실제 전투상황에 직면했을때 훈련과정에서 습득했던 지형지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는군요.이 회사 관계자는 따라서 프로그램상에서 실제 지형지물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지리정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GS인증을 받은 차세대 상황 전시 솔루션인 '다이렉트 C4I'도 입체적으로 상황판을 디스플레이함으로써 참관객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투 상황판이 일목 요연하게 한눈에 파악될 수 있도록 작전지역내의 지표상의 위치, 확대및 축소, 화면좌표가 입체적으로 표시됩니다. 또한 인터넷으로 연결시키면 오픈 API를 통해 구글 맵 등 맵 서비스와의 연동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한화는 수중정찰용 자율 무인 잠수정을 이번 행사에서 선보였습니다. 약 2미터 정도의 날렵한 금빛 어뢰처럼 생겼는데, 수중에서 기뢰탐색과 수중정찰및 해저지형 탐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화는 이와함께 다연장 로켓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로켓포탄을 전시했습니다.    왜 한화가 방산업체인지 진가를 보여주더군요. 겉보기에는 그저 무시 무시한 로켓포탄이지만 자동조준이 가능한 자동화 항법체계에 따라 발사되는 최첨단 무기입니다. 특히 포탄에도 다들 독특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 흥미로웠는데 대공유도무기인 '천마', 한국형 휴대용 대공유도무기인 '신궁', 초계함 이상의 전투함에 탑재돼 레이더 유도방식으로 적함을 공격하는 '해성'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 두 개의 사진은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풍산의 부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풍산은 동전을 만드는 회사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회사(?)였군요. 그냥 언뜻보면 립스틱을 진열해놓은 화장품 가게에서 찍은 사진같습니다만 무시 무시한 대전차용 총알입니다. 총알마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등 표시가돼 있는데 탄의 용도에 따라 색깔로 구분지어놓은 겁니다.무시 무시한 폭탄도 한번 보시죠. 이와함께 다양한 고성능 폭탄들도 진열돼 있습니다. 마치 맥주집에 진열해놓은 외산 맥주병이나 와인병 같습니다. 폭탄이 아니라면, 정말 아름다운 실루엣입니다. 물론 저 폭탄들이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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