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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코스피시장이 열리자 농심의 주가는 전일대비 4%가 넘는 강세를 보였다. 강세는 하루종일 이어졌고 결국 전일대비 4.4% 상승한 24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농심의 주가가 들썩인 이유는 전날(현지시간 9일) 아카데미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선 '짜파구리' 를 조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로 만드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두 상품 모두 농심에서 나오니 주가가 들썩일 수 밖에.
 
짜파구리는 여러가지 레시피가 있으나 둘을 함께 넣고 끓이되 국물을 적게해서 비벼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다 치즈를 얹어먹기도, 청양고추를 썰어넣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비싼 소고기를 넣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어쨌든 쫄깃하고 달짝하다. 

어른들이 번거롭게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지만 '소맥'이란 단독 제품이 따로 없는 것처럼, '짜파구리'도 단독 제품으로는 안나온다. 어쨌든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선 짜파구리는 이미 고전 레시피다. 

영화 '기생충'때문에 유투브에선 '짜파구리' 레시피가 해외에서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만약 짜파구리가 세계화된다면 이는 영화 '기생충' 덕이다. 제임스딘의 청바지처럼 짜파구리도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들은 온통 영화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쾌거는 지난 20년간 힘겹게 쌓아올린 '한류' 문화산업의 힘을 상징한다.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성과다. '기생충'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작품성을 가졌지만 넓게보면 한류라는 거대한 축적된 신뢰의 팬덤위에서 이뤄진 것이다.

문화의 힘, 문화산업이 국가 브랜드를 이끄는데 일등 공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중에 문화 강국이 아닌 나라는 없다. 

특히 전세계 소비재 시장에서 국가 브랜드의 가치는 상품의 신뢰와도 직결된다. 진정한 월드 베스트(World Best)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문화와 같은 무형 자산의 힘에서 결정된다. 국가브랜드의 관점, 국가 경제 경쟁력의 관점에서 문화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경쟁하는데 문화 한류의 힘이 적지않은 도움이 됐다.

아카데미 4관왕 이후, 온라인에서는 문화 선진국론을 설파했던 김구 선생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백범일지 '나의소원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선 김구 선생이 문화 선진국을 소망하는 구절이 나온다. 언제 읽어도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 당시 군국주의가 지배했던 엄혹했던 시대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IT제품도 결국은 문화 상품으로 수렴한다. 특히 AR(증강현실)과 가상현실(VR)이 주목받고 있다. 어느때보다 제품의 마케팅에 있어 감성주의와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진 시대다. 국가 브랜드를 한단계 끌어올린 영화 '기생충'의 쾌거는 우리 IT산업에도 큰 호재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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