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전자상거래기업 카페24의 18일 주가는 5만3200원으로 마감됐다. 불과 1년4개월전인 지난해 7월20일, 이 회사의 주가는 20만4600원을 찍었었다. 당시와 비교해보면 거의 1/4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카페24의 주가 하락은 너무 빨랐다.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는 개미 투자자들의 한 숨 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 생생하다. 전자상거래나 핀테크 관련 기업들의 주가 게시판에는 ‘카페24’의 사례를 경계하자는 글도 올라온다.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관계없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카페24의 경우는 심각한 주가의 등락과 관계없는 ‘적자기업 상장 특례’ 정책,  즉 테슬라 상장 정책의 유효적 관점에서 한번쯤 깊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매도가 판치는 한국에서 적절한 정책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오히려 코스닥 상장이전까지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던 카페24에 독(毒)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도대체 왜 상장시켰는가?” 

카페24는 국내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다. 앨런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전기차기업인 테슬라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조기 상장시켜 성공한 것을 본따 국내에선 2017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물론 기술력만 갖췄다고 상장이되는 것이 아니고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소위 ‘테슬라 요건’으로 부르는 것인데, 이를테면 적자기업일지라도 시가총액(공모가×발행주식 총수)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 30억원 이상에 최근 2년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또는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20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페24는 앨런 머스크라는 괴물(?) CEO가 버티는 테슬라가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상장한 카페24는 미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한 때 주가가 20만원을 넘었지만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11만원~12만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가 올해 5월, 실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것이 원인이었다. 

‘실적 하락’은 먹잇감을 찾던 공매도 세력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부터 카페24의 주가는 힘을 잃게됐다. 주가 하락의 이유만 찾으면 공매도는 무섭게 달려든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것이 공매도다. 주식을 특정시점에서 빌려서 투자하는 일종의 외상 거래로, 빌린 주식을 되갚을 때 싸게 매입해 갚으면 그만큼 이익이다. 

테슬라 상장, 즉 ‘적자기업 상장 특례’로 상장한 카페24의 성적표(실적)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할 상황인 것은 당연하다. 여전히 투자를 늘려야하고, 성장을 인한 인프라를 확보해나가야하는 단계다.

그럼에도 시장은 테슬라 상장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지않고 카페24에게 증권사들은 양호한 실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악마의 숫자 ‘주가’…투자 의욕에도 찬물

최근 증권사들은 카페24의 목표 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역시 3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하락했다는 게 하향 조정의 이유다. 카페24의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525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6%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8%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카페24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통해 ‘카페24의 주가가 반등하려면 인건비 관리와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액 대비 45%를 차지하는 인건비와 무형자산상각비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참고로, 신한금융투자는 약 1년전인 지난해 9월, 카페24에 대해 안정적인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2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카페24의 영업이익률이 3.1%로 낮아졌고, 결국 주가를 개선하려면 인건비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작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문제는 이 지점이다. 인건비를 줄인다는 것은 곧 인력 구조조정을 하라는 얘기다. 

과연 카페24는 주가관리를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하는 게 합리적일까. 테슬라 상장 기업인 카페24의 입장에선 오히려 투자를 지금보다 더 늘려 나가야하고,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몸집도 키워야할 단계다. 

특히 '인건비를 줄이라'는 뜨악한 주문으로 회사 내부의 분위기는 또 얼마나 뒤숭숭할 것인가. 불과 2년도 채 안된 테슬라상장 기업에게 시장의 간섭은 오히려 지나치다. 

‘카페24가 차라리 상장을 안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마감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진짜 테슬라의 주가는 349.45달러에 마감했다. 상장 이후 거의 최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테슬라는 여전히 엄청난 적자투성이의 회사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테슬라의 도전과 모험을 멈추라는 심한 태클은 나오지 않는다. 

기술기업의 ‘성장통’을 인내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 테슬라 상장 제도는 사치다. 지금 고초를 겪고 있는 카페24를 보면 그렇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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