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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사과'는 스토리텔링의 가장 극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1991년 일본 아이모리현에는 큰 태풍이 불었다. 태풍에 사과가 낙과 피해를 입어, 주민들은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한 농부가 태풍을 견디고 사과나무에 붙어 있는 사과에 눈길을 돌렸고, 모진 태풍에도 견딘 이 사과들을 수확해서  '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바람에 흠집이 많이 났지만 아오모리현 사과는 10배 이상의 가격에 날개 돗힌듯 팔렸다. 합격사과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사과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합격 부적'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 '합격사과' 얘기는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일본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발상'(?)이기도 하다. 워낙 '스토리텔링'을 잘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 스토리텔링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포켓몬고' 게임일 것이다. 포켓몬이 처음 등장한것은 1996년 2월이다. 게임 캐릭터였다. 당시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는 만화와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의 자양분이 됐다.

'포켓몬을 포획'하는 게임의 본질은 최근 증강현실을 적용한 포켓몬고 게임에서도 동일하다. 사실 포켓몬은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중독성이 내재돼 있다.'육성'의 컨셉이다. 다마고치처럼 게임의 캐릭터가 '진화'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을 초등학생때의 만났던 포켓몬을 성인이 되서 증강현실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감흥은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산업에서 출발해 캐릭터산업, 증강현실과 같은 IT산업, 그리고 포켓몬고를 포획하기위해 좌표를 찍는 관광산업까지 넓게보면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고가 기술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더라도 시대적 감성을 관통하는 정서를 이끌어냄으로써 '대박'을 떠뜨렸다. 시장은 혁신적인 최신 기술에만 감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포켓몬고는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스토리텔링에 아직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한 우리 나라 IT산업에선 이 부분에 대한 대응전략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얘기가 나온김에, 일본의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깊고 강력하다. 심지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치밀한측면도 있다.

아래 그림은 어렸을때, TV 만화로 보았던 '날라아 우주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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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일본산(産)임을 몰랐던 시절이다. 위풍당당하게 우주를 휘젓는다. 그런데 이 TV만화의 일본 원작의 이름은 '우주전함 야마토'이다.

'야마토' 전함은 1945년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하면서 태평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비운한 전함이다. 당시 세계 최대의 거함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미군이 일본 본토를 서서히 조여 들어왔지만 '야마토'가 이를 거뜬히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마토 전함'은 당시 일본인들에는 '가미가제'와 같은 신이었다.

하지만 야마토 전함은 건조이후 제대로 해상 전투에 참가해보지도 못한채 미군이 오는 길목을 지키러 처음이자 마지막 기동을 한다.

이미 야마토의 운명을 예상했던지 일본군 수뇌부는 왕복 연료가 아닌 편도 연료만 채운채 작전 기동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작전 지역으로 이동중에 미국 공군기에 발견돼 집중 공격으로 받고 수장된다. 호위함도 변변히 없이 항해한 당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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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년후 일본은 '야마토'를 부활 시켰다. 비록 TV만화였지만 여기에는 비운의 전함 '야마토'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졌음을 알 수 있다.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무적의 항해를 하는 우주전함을 보면서 '야마토'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지 않았다"고 자위했을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으로 좁혀서 얘기했지만 좀 더 넓혀보면 문화산업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스토리텔링은 무시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이를 비즈니스 감각으로 제대로 꿰어내지 못하는 IT산업에 있어서는 특히 필요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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