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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개월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여운은 온데간데 없다.
다만 이번 2014 월드컵 우승팀이 독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독일이 브라질을 준결승전에서 7대1로 대파했다는 것 정도가 게 뇌리에 남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빅데이터' 타령(?)이다.

독일의 선전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계 IT업체인 SAP는 자사의 인메모리기반 기반 플랫폼인 'SAP HANA'를 소개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흥미위주로 보도했다. 마치 월드컵의 주인이 IT에 의해 결정난 것 처럼 말이다.

앞서 SAP는 지난 7월1일, 독일이 고전끝에 알제리를 물리치고 8강에 선착하자 SAP는 HANA 기술에 기반한 SAP 매치 인사이트' (SAP Match Insights)를 처음 공개했고, 우승을 차지하자 다시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를 되짚어보자면  'SAP 매치 인사이트'라는 솔루션은 스카우트 당시 데이터부터, 경기장에서 녹화된 동영상까지 두 동기화해, 코치가 경기의 주요 순간을 손쉽게 분석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해 솔루션을 완성해달라고 요청했고, 6주 후 SAP는 SAP 매치 인사이트에 코치, 스태프, 선수들이 데이터를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베이스 캠프 내 선수들 휴식 공간에 터치 스크린이 설치됐으며, 각각 모바일 기기에 앱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코치에서부터 선수들까지 각자 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원하는 데이터 분석 정보를 보며 경기력 향상에 힘을 쓸 수 있었다. 

결국 독일 대표팀이 SAP 매치 인사이트를 활용함으로써 상대팀보다 우수한 경기력을 보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동화같은 결론으로 얘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현장을 지키는 스포츠 감독들은 빅데이터의 효과를 어느정도 신뢰할까.

선수들의 실시간 활동량을 즉시 분석해서 데이터화하는 것은 분명 보다 진일보된 스포츠 과학의 영역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스포츠 종목중에서 데이터가 가장 많이 생성되고 또 실전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종목은 야구다. 그래서 가깝게 지내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 감독들 몇사람의 얘기를 정리해보았다. (물론 이 분들은 IT 전문가가 아니기때문에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을 '데이터에 의한 야구' 정도로 좁혀서 얘기를 나눴다.)

"데이터는 단지 참고만 할 뿐이다."

70년대 고등학교 야구를 거쳐 실업야구(은행단) 출신의 A감독은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데이터 말고 여러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그저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현장의 야구 전문가들도 거의 비슷한 말을 한다.

실제 현장에서 야구 감독들이 그중 가장 많은 꼽는 것이  '감'(feel)이다. 덧붙이자면, 경기 낭일의 감,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이다.  

'빅데이터'라는 어마 어마한 신무기가 등장했음에도 왜 현장의 감독들은 데이터를 단지 참고만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할까. 이는 꼭 야구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의 IT담당자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감독들이 데이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데이터는 결코 선행적 지표가 아니라는 것.  물론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행위를 기초로 작성된 후행적 결과물이란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예를들면, 지금까지 특정 투수에게 지극히 약한 타자였지만 그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투수의 공배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들어왔다면 결과치는 앞으로의 장담못한다. 이처럼 데이터화가 불가능한 요인까지 현장에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이 '데이터의 역설'이다.

데이터에 대한 해석이 현실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구 경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중 하나는 '수비 시프트'이다.  특정 방향으로만 타구를 날리는 타자가 등장하면 수비수들은 그 특정 방향의 커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수비위치를 일제히 이동시킨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왼손 홈런 타자 배리 본즈가 대표적이다. 항상 당겨치는 본즈가 나오면  수비수들은 운동장의 반을 비워놓고 전부 우측으로 이동해 '본즈 시프트'를 형성한다.
좌측으로 타구를 날리면 100% 안타가 나오지만 본즈는 그래도 수비들이 우글거리는 우측으로 타구를 날려서 기어코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본즈의 타구가 우측으로 날라가는 이유에 대한 극단적인 해석이다.  수비수들은 과거 데이터만 놓고 봤을때 그가 좌측으로 타구를 보낼 수 없는 '반쪽짜리'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엉뚱하게도 본즈가 좌측으로 타구를 날리지 못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이다. 수비수가 없는 텅빈 좌측 공간으로 타구를 날리는 것은 타격 천재인 그의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실에선 이처럼 손쉬운 항로를 마다하고 위험한 선택(?)을 일부러 감행하는 '역설적 선택'이 종종 나타날 수 있다. 과거 데이터만으론 '자존심'이란 심리을 읽어낼 수 없다. 단순하게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전혀 다른 오류를 범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전은 데이터가 아니라 상황이 지배한다'
 
사실상 결론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의 기업에게도 해당된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절호의 득점찬스에서 평소에 특정 투수에게 매우 강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감독은 예상을 깨고 대타를 내보낸다.

데이터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결정이지만 결과는 좋았다.  감독에게 물어보았다.  "그 타자는 앞선 수비에서 결정적 실책을 저질렀다. 자신의 실수를 공격에서 만회하려고 하는게 느껴졌다. 알게 모르게 어깨에 힘이 잔뜩들어가 있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에게 강했던 타자가 갑자기 교체되니 상대편 투수는 일단 안심을 했다.  하지만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볼카운트가 나빠졌고,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공이 통타당했던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현장의 감독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처럼 빅데이터보다는 이같은 '상황이론'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감독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혹자는 이것도 비정형데이터를 포괄하는 빅데이터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기계의 힘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임이 분명하다.

스포츠는 과학이 아니라 '멘탈의 영역'?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스포츠에서 부쩍 빈도가 늘어난 용어가 '멘탈'이다.  이는  투쟁심을 강조하는 '정신력'과는 다른 개념이다.  '어떠한 돌발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선수의 정신적인 능력' 정도로 정의된다. 요즘엔 이같은 멘탈지수가 경기력을 좌우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꼽기도 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실제로 빅데이터 외에 고려해야할 변수들은 너무 많다.  

결국 스포츠 과학의 범주에서 본다면, 이같은 멘탈의 영역까지도 빅데이터화 할 수 있고, 또 궁극적으로 이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비법이 제시돼야한다. 단순히 기존의 정형화된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스포츠가 포괄하는 영역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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