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국민은행은 IT부문과 관련해 중국의 대형 은행인 건설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참고로 중국건설은행은 직원수 약 30만명, IT직원만 9000명이 넘은 초대형 글로벌 은행이다.

편지는 대략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노하우과 운영 과정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으나 중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측은 내부적으로 건설은행과의 IT협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건설은행측은 최근 국내 은행권을 방문하면서 차세대시스템을 비롯한 IT부문 선진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대형 온라인 거래(트랜잭션)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


건설은행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IT요구 상황에 비춰봤을때 국민은행의 시스템 환경에서 유추해낼만한 가치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하루만의 방문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정보량이 부족했던듯 하다. 결국 건설은행은 중국으로 돌아가 국민은행측에 공식으로 IT자문을 위한 인력 파견 요청을 하게된 것이다.

건설은행과의 단순비교는 힘들겠지만 실제로 국민은행의 IT인프라 볼륨은 현재 '세계 최대'라는 수식을 달아도 될 만큼 방대한 수준이다.

지난 2007년4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0년2월에 완료된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일명 My Star)은 하루 1억6000만건의 대량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Host System)을 채택한 국민은행은 계정계(DR시스템 포함) 총 21만 밉스(Mips)규모의 시스템 볼륨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IBM 은행 고객사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물론 외형뿐만 아니라 프레임웍 기반의 유연한 코어뱅킹 아키텍처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계정계,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등 여러개의 단말 거래를 하나로 통합해 업무처리를 단순화시킴으로써 고객 대기시간을 크게 단축시켰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젠 IT외형이 중요해졌다 =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 IT외형이 방대한 것은 지금까지 크게 자랑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민첩하지 못하고 덩치만 큰 아이같은 이미지, 자칫 내실없이 외형경쟁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외형'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부터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빅데이터'는 엄청나게 늘어나는 거래량과 당연히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액전자결제및 직불결제가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장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볼륨을 갖춰야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 국민은행이 자랑했던 일일 트랜잭션 처리 규모도 2년여가 지나면서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다. 8차선으로 넉넉하게 설계했지만 어느샌가 도로가 넓어 보이지않게되는 느낌. 국민은행보다 시스템 규모가 많이 적은 다른 은행은 물론 말할것도 없다.


중국 건설은행이 국민은행측에 집중적으로 알고 싶은 것도 아마 이 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대용량 거래의 처리 노하우와 시스템의 유연한 확장성’, 그러나 이것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정작 국내 은행권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회사들이 지금 당장 2기 차세대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스템 볼륨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문제는 점차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